[버터빵] K.군.전.상.서 (1998-09-14)

K 군.
오늘도 밤바람이 차네. 이제 여름 다 갔네. 맨날 술 취하면 중국집 야래향
앞에서 쭈그리고 자는거 이제 하지 마시게. 죽는다네.


K 군.
함께 보았던 그 비디오를 잊지 못한다네. 우리가 처음으로 비디오 방에 가서
본 그 비디오. 군과 내가 일심동체 일치단결 혼연일체 분신합체되어 골랐던 그
비디오. 결혼한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성적 문제를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심층 분석 비디오. 그러나 야한 장면은 하나도 안나오고 교훈적인
내용만 나오던 그 비디오. 막판에 나오던 " 정력 강화 필살 5단계 " 를 열심히
받아적던 군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

부부생활 리서치(하)도 나중에 같이 가서 보도록 하세.


K 군.
군의 왼쪽 엉덩이에 난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는지 모르겠네. 벌써 5년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으니 세월 참 빠르기도 할세. 그 전날 군의 아버지 직장
상사가 집에 찾아온 덕분에 남은 난자완즈를 도시락 반찬으로 싸왔었지.
애들의 살기 어린 눈빛과 번득이는 포크를 피하기 위해 반찬 그릇을 들고
책상을 뛰어넘으며 도망치다가 구석에 몰려버렸던 군의 공포스런 얼굴, 그리고
창가로 뛰어가 " 다가오면 나 뛰어내린다~!! " 라고 소리치던 군의 목소리,
그리고 발이 꼬여 2층 창문으로 떨어질 때 지르던 군의 비명소리는 전교생이
기억할걸세.


K 군.
군이 우리집에서 벌렸던 그 난장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네. 소주 2병을
원샷하고 맛 간 군을 낑낑거리고 우리집까지 데려온 날이었지. 군은 내 침대
위에서 엎어져 자는 듯 하더니, 몸을 몇번 들썩 들썩 하고는 다시 잤었다네.
나는 몰랐었지. 그 때 군이 토했다는 것을. 다음날 아침 골뱅이 안주에 나왔던
소면 쪼가리와 파전에 들어있던 파 몇 줄기를 얼굴에 붙이고 시큼한 냄새를
가득 풍기며 내 방에서 기어나오던 군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네.


K 군.
요새 연애한다지? 여자가 이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네. 군이 어여쁜 여자와
사귄다니 내 마음도 뿌듯하네. 혹시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군이 빌려준
"터보레이터" 비디오는 아직 내 책상 세째 서랍에 숨겨져 있다네. 1시간 내내
화면이 살색으로 가득 차는 그 비디오가 그녀 손에 쥐어지는 꼴을 보기 싫으면
알아서 하게나. 나 이번주 금요일 약속 없다네. 알아서 하게나.


K 군.
달 빛이 처량하네. 마치 그 날 우리가 보던 달빛과도 같이. 자율 학습
땡땡이치고 학교 앞 63동 5층을 바라보던 우리가 보던 바로 그 달빛 말일세.
닫힌 창문 사이로 어슴프레하게 보이던 목욕하는 여인의 실루엣에 우리는 서로
흐르는 침을 닦아주어야 했었지. 그러나 나중에 알았다네. 머리가 치렁 치렁
했던 음악하던 친구 L군이 63동 5층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K 군.
자네는 나를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았지. 그러나 나는 자네를 모른척 할 수
밖에 없었네. 헌혈 아줌마의 무지막지한 힘에 이끌려 헌혈차 안으로 끌려가는
자네의 눈은 나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지만,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를 생활화
하고 있는 나로서는 자네가 현혈차에서 나오며 손에 쥐고 있던 오예스를
빼앗아 먹지 않은 것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네.


K 군.
유행을 앞서나가는 자네는 요새 어떤 유행을 창조하고 있는 지 모르겠네.
사오정이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사오정 시리즈를 만들어내던 자네는 또 어떤
시리즈를 창조하고 있는가. 내가 " 미안한데 나 오늘 돈이 없거든? "이라고
말하자 " 아, 난 또 나보고 돈 내라는 줄 알구... " 라고 대답하며 피식 웃던
자네는 맞아도 쌌네. " 야, 배고프니깐 빵 줄께 돈 사와. " " 밑져야
태산이지. " " 이 단무지 열라 맵네. " " 야, 내일 시험 잘 봤냐? " 등등 수
많은 히트상품을 내놓고 히트 당하던 자네는 진정한 선구자였네.


K 군.
오늘 지하철에서 앞에 있던 여자의 하이힐에 발을 밟히며 자네 생각이 났다네.
자네가 첫키스 하던 날, 숨도 안막히는지 내리 30분 동안을 했다는 소식에
놀랐고, 그 골목길로 자네 어머니가 편의점 갔다가 돌아오면서 자네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는 소식에 놀랐고, 그녀의 하이힐이 자네의 구두 위에서
체중을 실어 꾹꾹 누르고 있었다는 소식에 또 한번 놀랐다네. 아프지 않던가?
하긴. 아파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나 이해하네.


K 군.
자꾸 K 군, K 군 부르다 보니 파파이스의 K준 라이스가 생각나는 군 그려.
미안하네. 잡소리였네.


K 군.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면서 켄으로 얍삽이를 쓰던 자네를 이기지 못했었지.
그러다 처음으로 떡볶이 내기를 했던 날, 퍼펙트로 져 버린 자네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대편에 앉아있던 나를 바라보았었지. 하지만 이제
고백하겠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꼬마에게 200원 쥐어주고 나 대신 브랑카
조종하게 했던 거 미안하게 생각한다네.


K 군.
자꾸 술 먹고 토한 얘기 해서 미안하게 생각하네만, 자네의 그 부채살
토하기는 역시 말하지 않을 수 없네 그려. 청평으로 엠티 갔던 날 고백점프를
하던 자네는 10에서 "뽀숑~! " 을 해야 되는데 자꾸 " 어버~! " 거리는 바람에
소주 원샷을 계속해야 했지. 그리고 맛이 가버린 자네를 업고 이불이 깔려있는
건넌방으로 가던 도중, 자네의 몸이 움찔 하는 것이 느껴졌다네. 그 순간
자네는 내 등 위에서 고개를 흔들며 토했고, 그 찌짐이들은 아름다운 부채살
곡선을 그리며 온 방안에 튀어버렸다네. 영미 신발 속, 한범이 가방, 영식이
벗어놓은 윗도리, 잠자던 은경이 얼굴... 모두가 자네의 찌짐이 범벅이
되어버린 거 자네 기억 하는가. 신발에 토한거 들어간 줄 모르고 발을
넣었다가 뿌직 하는 소리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던 영미는 아직도 자네만 보면
" 토할 땐 고개 숙여서 토해~!! " 라고 말한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네.


K 군.
다시 한 번 말하네만 세발 낙지에 다리 세개 달린 거 아니구, 여인숙에 여자만
잘 수 있는 거 아니구, MBC가 문화 방 쏭의 약자 아니구, 가젯트 성이 마징
아니구, 로버트 레드포드가 레드포드라는 로보트 아니구, OB가 오비 베어즈의
약자 아니구, 조깅의 조가 아침 조가 아니라네. 어디가서 쪽 팔리지 말구 다시
한번 잘 알아두게나.


K 군.
이제 밤이 깊었네. 하지만 자네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밝디 밝은 태양과
같다네. 아부가 심하다고 돈 꿔달라는 소리 안할테니 걱정 마시게. 그저 보고
싶다는 애기 닭살 돋게 말한 것 뿐이니. 언제 시간 되면 보세. 먹걸리 한 잔
하면서 옛날 얘기 하다보면 우리가 못 만났던 시간들은 어느새 우리의
안주거리가 되어 있을 걸세.



행복하시게. 언제까지나. 행운의 양지에 서 있기를 바라며.... 총총.


1998. 9. 14.

터빵이가 K 군에게.

Posted by 하솔

2004/10/27 20:00 2004/10/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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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빵] Ca'fe DeEpBLue

- 하나. Ca'fe Deepblue.



- 두울. Ca'fe DeEpblue.



- 세엣. Ca'fe DeEpBlue



- 네엣. Ca'fe DeEpBLue

Posted by 하솔

2004/10/22 11:12 2004/10/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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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해부터 손가락으로 세지 않고 내 나이를 정확히 기억할 때부터

- 냉면 집에 가서 주는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을 때부터

- 오늘의 운세에 내가 태어는 해가 나올 때부터

- 야시꾸리한 잡지를 봐도 종업원이 뭐라고 그러지 않을 때부터

- 만화보다 뉴스가 더 재미있을 때부터 ( 솔직히 요새는 워낙 스펙터클한 일이
많아서 뉴스가 재미있을 때가 많긴 하지만서도.. -_-; )

- 레고 블럭보다 새로나온 핸드폰이 더 가지고 싶을 때부터

- 아빠가 담배 심부름 시키지 않을 때부터

- 상남 2인조나 용랑전, 짱, 열혈강호가 몇권까지 나왔는지 가물가물해도 어제 주가가 몇 포인트 올랐는지는 기억할 때부터

-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생길 때부터

- 뜬금없이 " 야, 대발이 처제가 누구였지? " 하는 질문에 " 대발이가 누군데? " 라고 묻지 않고 " 아..왜...그... 차인표랑.. 아..그.. " 라고 고민할 때부터

- 위에서 " 아..왜...그... " 하는 시간이 30초를 넘어갈 때부터

- 위에서 " 아..왜....그... " 하면서 30초 넘게 있으니까 " 노망이군. "
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 위에서 " 노망이군 " 해 놓구서는 자기도 누군지 기억 못할 때부터 ( 정답은 신애라. 친절 친절.^^)

- 가사를 외우는 노래들이 신곡 코너에 없어질 때부터

- 티티마랑 클레오랑 핑클이랑 베이비복스 사진 섞어놓고 누가 어느 그룹인지 다시 정리할 수 없을 때부터

- 락까페 가기 거북스러워질 때부터

- 20000원 넘는 스테이크 자기돈으로 먹으면서 ' 이 돈이면 DDR이 몇판이고 ez2dj가 몇판이며 겜방이 몇시간인데.. ' 하고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을 때부터

- 위에서 DDR이나 ez2dj가 뭔지 모를 때부터

- 삐끼들은 눈앞을 지나가도 안잡고 왠 히쭈구레한 아저씨들이 " 물 좋은 캬바레 있쓰~ " 하고 잡을 때부터

- 나이 들어 보인다는 소리가 듣기 싫을 때부터 ( 예외: 어릴때부터 항상 그런 말을 들은 사람들 )

- 밤 12시에 잠 안자도 엄마가 뭐라고 그러지 않을 때부터 ( 예외: 스타다, 채팅이다 하면서 맨날 안자구 엄마랑 대판 싸우다가 결국 엄마가 포기한 사람들 )

- 같은 나이의 이성 친구를 사귀기 거북스러워 질 때부터

- 친척들이 명절때 집에 오면 괜히 음흉한 눈길로 " 애인은 있니? 몇살이니? 걔 아버지는 뭐하신대? 집은 잘 살구? " 라고 물어볼 때부터

- 술 먹고 망가지는게 두려워 질 때부터

- 밤새서 노는 것이 부담스러워 질 때부터

- 파워에이드보다 영비천을 더 많이 마실 때부터

- " 오빠~ " " 누나~ " 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쇼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을 때부터( 예외: 설운도 나오면 " 오빠~ " 하고 부르는 울 엄마 )

-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닦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에 신경이 쓰일 때부터

- 방학이 없어질 때부터

- 고등학교 여학생을 사귄다는 소리를 하면 " 너 원조교제하냐? " 라는 소리를 들을 때부터

- 어린 조카랑 같이 길을 가는데 지나가던 아줌마가 " 애가 아주 쏙
빼닮았네요~ " 하는 소리를 들을 때부터

- 영어 랩이 들어간 노래가 부담스러워 질 때부터

- "다섯명!" 하면 젝키보다 독수리 오형제가 먼저 생각날 때부터

- 80년대에도 애들이 태어나? 하는 생각이 들 때부터

- 소개팅 주선을 엄마가 할 때부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꿈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대답하지 못할 때부터.

< 끝 >

Posted by 하솔

2004/10/21 21:30 2004/10/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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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빵] 20년 전의 편지

" 현재 폭풍은 동해안으로 향하고 있으니 피서객은 각별한 주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태풍은 A급 태풍으로.... "

라디오는 여전히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었다.

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는 잠이 깬 듯
졸리운 눈으로 나를 한번 보고 싱긋 웃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정말 큰 마음 먹고 온 여행인데... 하필 폭풍이라니. 젠장.

창 밖으로는 한 길도 넘게 넘실대는 바다와,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비스듬하게 유리를 때리는 빗방울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와 파란 바람에 대한 기대가 여지없이 깨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그리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 이제 다 왔어? "

" 아니. 조금만 더 가면 돼. "

" 그럼 나 조금 더 잘께.... "

그래, 라는 소리를 하기도 전에 다시 고개를 파묻는 그녀를 보며 난 빙긋이
웃음지었다. 그래. 어쨌든?여행은 혼자 하는게 아니니까 괜히 내가 기분
나빠해서 그녀까지 기분 나쁘게 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는 그녀와 나 둘 만을 덩그러니 남겨놓고 횡횡히
갈길을 가 버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우산을 받쳐들기 힘이 들었다. 자꾸 뒤로 뒤집히는 우산은
' 나는 폭풍과 맞서기엔 너무 연약해요. 그냥 포기하고 비 맞으세요' 라고
빈정거리듯 귓속말을 건내고 있었다. 하지만 폼으로라도 우산을 버릴 수 없어
고집스럽게 우산대를 잡고 20여분을 걸어 민박집에 도착했다.

" 계세요? "

" 아, 예약한 분들이시구만. 고생했수. 얼른 들어와요. "

" 네. "

" 폭풍 때문에 다들 예약을 취소해서... 아마 한동안 나가지도 못 할텐데.
괜찮겠수? "

" 그래도 여행 취소할 수가 없어서요. 괜찮습니다. "

" 이구... 바람이 하두 불어서 비를 다 맞았구만. 내 옥수수라도 좀
삶아올테니, 들어가요. "

그녀와 나는 민박집 아주머니가 참 친절해서 좋다는 무언의 눈빛을 건낸 후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리를 뻗고 4명정도가 잘 수 있는 크기. 하지만
오히려 크면 큰대로 을씨년스러울테니 둘이 지내기엔 딱 그 정도가 좋았다.
아주머니가 가져오신 옥수수를 먹고, 안받으시겠다는 손에 억지로 얼마의 돈을
쥐어드린 후, 우리는 무릎을 모으고 앉아 요번 태풍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기상 캐스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기상 캐스터는 자기가 이렇게 오랜
시간 화면을 점령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얼마 정도는 폭풍에 감사하는 듯이
보였다. 물론 착각이겠지만.

그렇게 방 안에서 3일이 지났다.

텔레비젼을 보고, 라디오를 듣고, 아주머니가 해 주시는 밥을 먹고, 가끔
화장실에 가고, 그게 전부였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둘이 싸움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남들이 말하는 "아무 일" 이라면, 우리는 이미 1년 전에 거쳤다.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기차가 끊겼고, 그래서 여관에서 자다가
어찌어찌해서.. 그런 틀에 박힌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갔다. 같이 자는 게
어색하지 않은 사이.?아주 오래된 연인들. 그게 우리 사이였다.

" 그런데 그냥 이렇게 방에만 있다가 가?"

그녀가 내 팔을 베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 그럼 어떡해. 바람 때문에 넌 날아갈지도.. 아니다. 안날아가겠다. 요새
살쪘잖아. 배도 좀 나오구. "

꼬집.

" 야야, 아퍼.. "

그녀는 모른 척 하고 이야기를 계속 했다.

" 뉴스 보니까 내일 폭풍의 눈이 동해안을 지나간대. 그럼 바람이 좀
잔잔해질꺼 아냐. 우리 그때 바다 보러 가자.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 때문에
바다도 못 만져보고 가면 너무 슬프잖아. 응? "

" 그래, 그럼. "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래, 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느즈막히 일어난 우리는 지금까지 창문을 울리던 귀신소리같던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알았다. 비도 쏟아붇듯 내리던 것이 이젠 보슬비
정도로 바뀌었다. 신기했다. 이게 태풍의 눈인가.

" 우리, 나가자. "

" 응. "

그녀와 나는 3일만에 처음으로 민박집을 나와 바닷가로 향했다. 민박집
아줌마는 파도가 거세질 것 같으면 얼른 돌아오라는 염려어린 당부를 했지만,
그 말은 고이 접어서 머리 한구석에 쳐박아 두었다.

" 와.. 그렇게 파도가 세더니 지금은 잠잠하네? "

" 그래도 우리 가기 전에 한번 보고 가라고 하늘이 인심쓰나 보다. "

" 그러게. 훗... "

그녀와 나는 손을 잡고 모래사장을 걸었다. 그 넓은 해안에 우리 둘 뿐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회색이었지만, 이전처럼 암울한 회색은 아니었다. 그녀는 가끔
파도가 살며시 치는 바다로 들어갔다가, 가만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는, 다시
내게로 와서 방긋이 웃었다. 그녀의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려주고는, 나도
웃었다.

그리고 얼마를 더 걷다보니 파도가 조금 거세진 것 같았다. 나는 아까
머리속에 쳐박아두었던 아주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 우리 돌아가자. 파도가 아까보다 거세진 것 같아.

" 응..잠깐만. 아, 저기 있다. "

그녀는 내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갑자기 주저 앉더니 품에서
무얼 꺼내는 듯 싶었다.

그 순간이었다.

저 멀리에서 조금씩 겹쳐지던 파도는 무서운 기세로 해안을 향해 달려왔고,
그녀의 머리 위로 1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해일이 그녀를 뒤덮으려 하늘 높이
치솟았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웃은 그 순간, 그 파도는 그녀의 몸을 덮쳤다.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며칠동안 해안경비대가 그녀의 시신을 찾으려고 바다를 수색했지만, 그녀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폭풍 때문에 그녀가 사라진 지 며칠 뒤에 수색을
시작했기 때문에 발견될 꺼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막상 행방불명으로
처리해야 겠다는 수색대원의 말을 듣고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었다. 잠을 자면 갑자기 파도가 밀려오고, 그럼 그
뒤에서 그녀가 웃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 식은 땀을 흘리며 주전자를 들어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지만, 여전히 마지막 그 기억은 생생하게 내 머리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 후 1년간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부모님들은 그래도 내가 괜찮은
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속이 썩어버린 달팽이였다. 그녀의 부모님이
오열하시며 내 가슴을 치던 그 날, 내 속은 이미 썩어 문드러졌다.


하지만 시간은 얼마나 냉정한가.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서 나는 사랑을 고백하던 볼이 붉은 여자 후배와 결혼을 했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낳았고, 이마에 주름살이 생겨났고, 머리숱이 적어져
갔다. 하지만 그녀를 잊지는 않았다. 아니, 잊을 수가 없었다. 한밤중에
일어나 식은 땀을 흘리는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에게는 차마
예전에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그 여자가 그렇게 죽었다고, 아니,
행방불명되었지만 죽었을꺼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차마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 날은...

무척이나 추운 봄 날이었다.

회사에서 급히 강릉 대리점에 결산 보고서를 확인하고 오라는 출장 명령을
받던 날, 나는 무척이나 가슴이 떨렸다. 폭풍이 불던 그 날 이후로 단 한번도
동해안에 가 본 적이 없었다. 다행이 결혼한 그 여자가 등산을 좋아해서
지금까지 피서는 전부 산이나 계곡으로 갔었다. 출장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피하기 싫었다. 언젠가 한번은 가 보아야 할
장소 아닌가. 20년이 지난 지금이라면 그 장소가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을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그 생각은.

서류를 검토하고 별 문제 없음을 회사에 보고한 뒤에, 나는 버스를 타고 그
민박집이 있던 마을에 내렸다. 20년 전엔 둘이서 같이 내렸던 곳에 이번엔
혼자서 덩그러니 내렸다. 내게 머리를 기대고 졸리운 눈으로 웃던 그녀의
표정이 잠깐 머리를 스쳐갔다.

20년 전의 민박집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대충
위치는 알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길이 전부 바뀌고 집도 전부 바뀌어서
도저히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한동안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찾는 걸 포기하고
바닷가로 발걸음을 향했다.

바다는 20년 전 그대로였다. 아직도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바다는 파도
하나 하나까지 똑같았다. 폭풍의 눈 속에 잔잔하던 그 파도가 그대로 여기
다시 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예전에 했던 그대로
바닷가를 따라 쭉 걸었다.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오지 않았다. 그냥..
슬펐다.

그리고 계속 걷다보니, 그 장소에 오게 되었다. 바로 그 장소. 그녀가 파도에
휩쓸려간 그 장소. 문득 나는 궁금해 졌다. 그녀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듯
반갑게 앞으로 달려나가 모래사장에 앉았던 이유를 한번도 궁금해 해 본적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앉아 손을 턱에 괴고 왜 그녀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나는 내 발 옆에 무언가가
삐죽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슨 병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호기심으로 나는 그 병을 모래 속에서 꺼내 보았다.

그 병 속에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럴리는 없었다. 설마 이 편지가 그녀가 남긴
편지일리는 없었다. 바다로 휩쓸려간 이 병이 지구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이
장소로 왔고, 그 병을 내가 보게 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내가 그녀
생각을 하며 앉은 바로 이 자리에 그 병이 놓여있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막힌 병을 깨뜨리고 노랗게 퇴색된 편지를 펴 보는 순간...

나는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이 누가 되실지는 모르지만,

제 비밀 하나를 알게 되신 걸 축하드려요.

저 임신했어요.



나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바다 속에서 내가 이 편지를 보아 주기를 20년 동안
기다렸을 것이다. 어딘지도 모르는 차가운 바다 속에서 이 편지를 보아
주기를... 20년 동안 기다렸을 것이다.

" 이제 됐어... 미안해. 늦게 와서. 그리고... 사랑해.. "

나는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 기다렸어. 오랫동안...."

그녀도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봄바람은 차갑게 나를 감싸고 바다를 향해 불었다.....



< 끝 >

Posted by 하솔

2004/10/21 13:56 2004/10/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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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진호형의 글..
아직도 기억이 남기에 나우누리 유머 게시판을 뒤졌다..
나도 마지막 로맨티스트가 될 수 있을까..?

< 1 >

" 처음 뵙겠습니다.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입니다. "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기 아는 선배중에 참 신기한 사람이 있다고. 전 그냥
호기심에 한번 보고싶다고 했는데, 그가 제게 처음 한 말이 바로 "마지막
로맨티스트"란 말이었어요. 정말 이상한 사람도 다 있다고 생각했죠. 다짜고짜
로맨티스트라니...아무래도 왕자병에 단단히 걸려있던지, 아니면 자기 멋에
사는 시덥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저 별들.. 저 별빛은 아마 10만년, 아니 더 이전에
내려온 빛일지도 모르는데.. 그 빛을 보고 있는 우리는 그만큼의 시간을 보고
있는 셈이 될테니까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대개 아름답게 마련이죠. "

저건 또 무슨 책에서 읽은 대사인지. 전 시큰둥하게 대답했어요.

" 아.. 네. 뭐... 그렇네요. "

" 당신도 아름답습니다. 저 별빛보다 더. "

뜨아...

그 말을 들었을때 처음 든 생각은, 어떻게 이런 느끼한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솔직히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것도 처음 본 사람한테.

하지만 나중에 알았어요.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 2 >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게 연락이 왔어요. 다시 만나자구요. 그 말도
얼마나 화려하게 말을 하던지.. 전 그렇게 끌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만나러 갔었죠.

밥을 먹고, 잠시 길을 거닐며 그는 제게 이야기했어요.

" 진정한 로맨티스트는 함부로 자신의 로맨스를 만들?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제 로맨스를 받아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지금 제 귓가를 스치고
간 바람도 그러던걸요. 이 여자, 꽉 잡으라고. "

아무래도.. 솔직히.. 이 남자 제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이런
사람 직접 보셨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느끼하겠어요.

" 저기요.. 원래 말을 그렇게 하세요? "

" 네. 왜냐하면 전 로맨티스트거든요. "

"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안그래요? "

" 뭐라고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만 괜찮다면. "

으.. 영화에서 이런 대사 하는거 보면 참 멋지고 그랬는데, 실제로 들으니까
진짜루 닭살 쫘악~ 이었어요. 한참을 그러고 가다가, 그가 제게 묻더군요.
어떤 영화를 보고 싶냐구..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했더니, 씨익
웃으면서 극장으로 데리고 가더군요. 전 같이 가면서 걱정이 됐어요. 그
영화가 하도 인기라서 예매를 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고 친구가 그랬거든요.
하지만 그는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어떻게 알았는지 미리 예매를 해
놨더라구요. 자리도 참 좋았어요. 극장이 좁긴 했지만 앞자리가 비어있어서
머리 때문에 화면이 안보이구 그런 일은 없었거든요.

그렇게 영화를 보다가 그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그가 벗어놓은 옷이
떨어져서 주워올리다가 우연히 주머니를 보게 되었는데... 뭐가 잔뜩
들어있더군요. 호기심에 살짝 봤는데.. 세상에. 그날 개봉된 영화가 종류별로
전부 예매되어 있었어요. 그것도 4장씩. 우리 두사람 자리하고 앞자리까지
전부 예매를 해 놓은거였어요.

나중에 집에 오면서 그에게 물어봤어요. 어떻게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예매할
수 있었냐구. 알면서 물어본 건데.. 그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 운이 좋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요... "

그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 진짜 로맨티스트일지도 모르겠다고.



< 3 >

그 날은 제가 너무 바빠서 오랜만에 만난 날이었어요. 좀 어색한 느낌도
들어서 별로 말도 안하구 그냥 밥이나 같이 먹고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가
그러는거에요.

" 지금 뭐가 제일 하고 싶어요? "

" 네? 저.. 글쎄요... "

" 아무거나 대답해 보세요. "

" 그냥 생각이 나는 건.. 놀이기구를 타고 싶긴 한데.. 너무 늦어서 못
가겠죠. 11시 다 되어가니까."

" 잠깐만 실례할께요. "

" 네? 어.. 어머!! "

그는 갑자기 저를 번쩍 안더니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어요. 모든 사람들이
저희를 쳐다보았고, 저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요. 그는 힘이 든지
씩씩거리면서도 계속 뛰었어요.

" 저기.. 이제 됐으니까 내려주세요~ "

" 재미있으세요? "

" 네, 고마워요. 그러니까.. 내려주세요. "

" 알겠습니다. "

그는 땀이 송글 송글 맺힌 얼굴로 저를 내려주고는 씨익 웃었어요. 갑자기
그러는 법이 어디 있냐구 핀잔이라도 줄려고 했는데, 그의 얼굴을 보니 차마
그 말도 못하겠던걸요.

그리고 휴지를 꺼내 그의 얼굴을 닦아주며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이에요.



< 4 >

제 생일날, 처음으로 약속시간에 늦은 그는 얼굴이 말이 아니었어요. 보기
좋던 그의 뺨이 움푹 들어가있었고, 손은 상처 투성이었어요.

" 어머. 왜..왜 이렇게 됐어요? "

" 좀..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괜찮으면 어디 좀 같이 가실까요? "

" 네? ...네. "

그러더니, 그는 저의 손을 잡고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거에요. 전 이해할
수 없었죠. 왜 이 사람이 이러는지.. 워낙 다른 사람하고 다르기는 했지만, 그
날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차를 타고 한참을 가서 내린 곳은, 강원도에 있는 이름모를 어느
산이었어요. 전 아무 말 없이 제 손을 잡고 앞으로 가는 그의 등을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냥 따라가야 할 것 같아 힘든 걸음으로 그의 뒤를
쫒아갔어요.

날은 벌써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그는 많이 와 본 길인듯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어요. 그리고 고개를 돌아 산 중턱에 닿자, 그는 제게 이야기했어요.

" 이제 다 왔어요. "

" 여긴 왜 온 거에요? "

" 그 이유는.. 내일 아침 해가 뜨면 알 수 있을 겁니다. "

" 어머. 잠깐요. 그럼 오늘 여기서 밤을 새야 되요? "

" 네. "

" 저.. 안되겠어요. 집에 가야 해요. "

" 절 믿어주시고.. 여기 앉아서 아침 해를 바라봐 주실 수 없으세요? 제발..
부탁드릴께요. "

솔직히.. 로맨티스트인 이 사람이 제 생일에 무얼 선물할지 내심
기대했었는데, 이건 실망도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
속에서 같이 밤을 새자니. 하지만 차도 끊겼고.. 설마 이 사람이 나쁜 짓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고.. 어쩔 수 있나요. 밤을 새는 수 밖에.

그리고 바위 위에 오도카니 앉아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 그의 어깨를
베고 잠이 들었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그가 제 귀에 살며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 시간 됐어요. 이제 일어나서 앞을 보세요. "

전 부시시 눈을 뜨고 앞을 보았어요. 그리고 전.... 입을 다물수 없었어요.

아침 해가 은은히 비추는 산 중턱에는, 전부 장미로 가득했어요. 눈 앞에
보이는 건 모두 장미. 그것도 빨갛게 핀 장미가 아침 햇빛을 담은 이슬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라는 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보다도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어요.

" 세.. 세상에...이 장미들이 어떻게 여기에.. . "

" 우리나라에 단 한 곳뿐인 야생장미 집단서식처에요. 전에 무슨 책에선가 본
기억이 있어서.. 당신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 데리고 왔는데.. 꺾여진
100송이 장미보다 피어있는 1000송이 장미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 참, 벌써
하루 늦어버렸지만, 생일 축하해요. "

여길 찾으려고 이 근처 산을 다 헤메느라고 얼굴이랑 손이랑 엉망이
되어버렸다며 쑥스럽게 웃는 그를 보며... 이젠 그의 말이 느끼하지 않았어요.
그냥 좋았어요. 그리고 저도 느끼한 말 한마디 했답니다.

"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만들어 버리는군요, 당신이란 사람은.... "




< 5 >


영원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고

슬픈 사랑만이 영원할 수 있다면서..

이제야 진정한 로맨티스트가 될 수 있겠다고

그는 파리해진 얼굴로 이야기했어요.

50년을 사랑해 주었으면서도

더 사랑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먼저 죽게 되어 미안하다며

주름진 제 손을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오랜 세월 함께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며

당신보다 먼저 그 곳에 가서 장미밭을 만들고 있을테니

나중에.. 천천히 오라며..

그는 눈을 감았어요.

까맣게 검버섯이 피어있는 그의 얼굴에서

그 날 아침, 장미보다 더 아름답던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며..

사랑합니다.

나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Posted by 하솔

2004/10/21 12:57 2004/10/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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